연방법원, 트럼프 행정부의 여권 성별 표시 제한 정책 제동
여권 정책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중단
“국무부가 위헌 소지가 있는 여권 정책을 채택한 데 따른 결과”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여권 성별 표시 제한 정책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여권이 없거나 새 여권이 필요한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비이분법적 성 정체성) 미국인들은 기존의 출생 시 지정된 성별에 한정되지 않고, 남성(M), 여성(F), 제3의 성별(X) 중 원하는 표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18일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의 줄리아 코빅(Julia Kobick) 판사는 해당 여권 정책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의 범위를 확대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기존 여권이 없거나 1년 이내 만료 예정인 사람, 분실·도난으로 인해 재발급이 필요한 경우, 이름 또는 성별 표시 변경을 희망하는 사람들까지 포함된다.
해당 정책은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시행됐다. 행정명령은 생물학적 성별만을 인정하고 성전환 개념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에 따른 국무부 여권 정책은 신청자의 성별을 출생 시 지정된 성에만 맞출 수 있도록 제한했다.
앞서 코빅 판사는 지난달,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6명을 대상으로만 예비 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그 적용 대상을 확대하며, “해당 정책은 수천 명의 미국인의 평등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판결문에서 코빅 판사는 “정부는 이 정책에 대한 금지명령이 헌법적 손해를 초래한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외교관계에도 실질적 영향을 끼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사 행정부가 일정한 손해를 입는다 하더라도, 이는 국무부가 위헌 소지가 있는 여권 정책을 채택한 데 따른 결과”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ACLU는 일부 원고들이 성별 표시를 바꾸려 여권을 신청한 후 처리가 지연되거나 거부당해 여행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한 원고는 여권을 발송한 이후 수개월째 회신을 받지 못한 상태로, 가족 결혼식과 학회 참석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측은 이번 정책이 헌법상 평등 보호 조항을 위반하지 않으며, 대통령은 여권 정책을 설정할 광범위한 권한을 가진다고 반박했다. 또, 해당 정책이 적용되더라도 해외 여행 자체는 여전히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빅 판사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인사로, 이번 판결에서 “성별을 기준으로 여권 신청자를 분류하는 행위는 중간 심사 기준(intermediate scrutiny)에 따라 판단해야 하며, 정부는 중요한 공익과의 실질적 관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