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플 때 더 화나는 이유…‘행그리’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저혈당이 집중력·감정조절 흔들어…’투쟁·도피 반응’까지 유발
전문가 “배고픔 단계 3에서 식사 시작…2단계까지 가면 과식 위험 커진다”
점심을 거른 날 짜증이 평소보다 쉽게 올라오고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경험은 흔하다. 이른바 ‘행그리’ 현상이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생물학적 스트레스 반응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상 영양사 켈리 산티아고는 “몸이 ‘지금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기 시작한다”며 “공황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배고픔으로 혈당이 떨어지면 뇌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피로가 쉽게 쌓이며, 평소라면 넘길 일에도 짜증이 치밀기 쉽다. 산티아고는 “집중도 어렵고 과제를 수행하는 것도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혈당이 낮아지면 몸은 의식 저하를 막기 위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해 ‘투쟁·도피 반응’을 활성화한다. 이에 대해 산티아고는 “바닥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몸이 예민해지는 과정”이라며 “작은 간식 하나가 큰 안정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2010년 슈퍼볼 광고 속 베티 화이트의 스니커즈 문구-“배고프면 너 같지 않아”-는 실제 생리적 변화와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배고픔은 정보 처리 방식을 부정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심리학회는 감정적 불안과 배고픔이 겹칠 경우 상황 전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쉽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3년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에서는 배고픔 관련 호르몬이 의사결정 핵심 부위인 해마의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1년 연구에서는 먹이가 줄어든 환경에서 수컷 초파리의 공격성이 증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배고픔 지수는 다음과 같다.
1단계: 기절 직전의 극심한 배고픔
2단계: 매우 배고픔(행동·감정 불안정)
3단계: 배고픔의 시작(식사 권장 단계)
5단계: 만족
8~10단계: 과식·불편함
산티아고는 “가능하면 3단계에서 식사를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며 “2단계까지 방치하면 폭식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행그리’를 빨리 벗어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크래커, 쿠키, 주스처럼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감자, 흰쌀, 파스타 같은 단순 탄수화물도 즉각적인 상승 효과가 있으며, 이후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면 포만감 유지에 도움이 된다. 산티아고는 “이 현상을 무엇이라 부르든 핵심은 ‘몸이 실제로 느끼는 신호’를 정확히 읽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MS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