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전쟁’의 향배(向背)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선포(宣布)한 ‘관세전쟁’은 지난 9일 그가 갑자기 90일간의 유예(猶豫) 선언을 함으로써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물론 중국에 대해서만은 예외라고 했고, 거기다가 90일이 지나면 또 사태는 원점으로 되돌아가지 않느냐는 깊은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큰 변화가 온 것만은 틀림 없는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왜냐 하면 이들이 보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선포는 그 주목적이 세계의 모든 나라가 미국에 고개를 숙이고, 미국의 관용을 빌며 협상에 임하게 되는데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중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에 대해 협상을 간청했고, 이에 따라 최초에 가장 강경하게 반항하던 캐나다나 멕시코 등이 이미 25%의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90일 이내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와 협상에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그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엉망이 된 것도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식시장은 까다로워서 그걸 지켜보고 있었는데, 어젯밤에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날 오전 0시1분부터 발효된 국가별 관세 시행을 반나절 만에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며칠간 침울했던 금융시장이 반등했다”며 “내가 생각하는 핵심 단어는 유연성이다. 벽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서 무작정 들이받는 게 아닌, 때로는 돌아가거나 파고들어 넘어가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 등 많은 나라가 미국을 ‘갈취(喝取: ripping)했지만 이제 우리가 갈취할 차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70개 이상의 국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모두 우리와 거래하고 싶어 한다. 모든 국가들이 내게 따리붙이고 있다(kissing my ass)”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번 위기 극복의 일등 공신(功臣)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이었다. 그는 “지난 일요일(6일)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고 실토했다. “우리의 전략은 중국을 난처(bad position)에 빠뜨리는 것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센트 장관의 공로(功勞)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관한 기본 개념을 일시적이나마 근본적으로 바꾸는데 일조(一助)를 했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배후에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75세)라는 존재가 있다. 현재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선임 고문인 나바로는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도 4년 내내 중책을 맡았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트럼프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책 10권을 공개했는데 나바로 당시 UC 어바인 교수의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을 6위로 꼽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중국의 급성장이 세계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는데, 나바로는 이 책에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미국이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지로 불공정한 무역이 미국에 대규모 무역적자를 입혔고, 제조업 기반 붕괴로 블루칼라 노동자의 대량 실직으로 이어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광범위한 고율 관세를 매기는 것은 수입품 가격을 끌어올려 초 인플레이션을 초래(招來)할 것이라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나바로는 “관세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부과해도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생기지 않는다”고 반론을 편다. 미국이 물건을 사줘야 생존하는 수출 의존형 국가들은 관세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가격을 더 낮추게 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미국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나바로의 주장에 대해 트럼프 측근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트럼프의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불리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소셜미디어X에 “나바로는 진짜 멍청이다. 그는 벽돌보다 멍청하다”고 비웃었다.
왜냐 하면 지난 7일 나바로는 CNBC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니라, 해외 부품에 의존하는 자동차 조립자일 뿐”이라며 “테슬라 부품은 일본, 중국, 대만에서 온다. 그는 값싼 외국 부품을 원할 뿐”이라고 폄하(貶下)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테슬라는 미국산 부품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반격했다. 또 트럼프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세계 경제의 큰 혼란을 막기 위해 30일, 60일, 또는 90일 간의 관세 일시 중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 안이 이번에 채택된 것 같다.
이런 소란에도 불구하고 이제 미국 정부의 목표는 다시 명확해 진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을 첫 째 가는 적대국으로 꼽고 전력을 다 해 맞싸우겠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모두가 여기에서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지금이 21세기이며, 인간의 지능이 극도로 발달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고 하지만, 그 싸움의 양상은 중세기 농경(農耕)시대나 20세기의 국가 간 다툼과는 양상(樣相)이 전혀 달라 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그들이 지금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봇(robot)의 수는 전 세계의 공장 로봇을 합한 것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리고 경제적인 싸움은 필연적으로 무기를 동원한 진짜 전쟁으로 비화(飛火)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지 않아도 지난 달 중국 군용기의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311차에 달했고, 지난 1일에는 작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중국군의 대만 포위 훈련이 진행됐다.
앞으로 중국이 관세 싸움 관계로 미국과 협상을 벌일 때 대만 침공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것은 뻔해 보인다.
아무튼 지난 11일 현재 미국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145%로, 그러자 중국의 미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뛰어 올랐다. 만만치 않은 싸움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